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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하얼빈

by 홍성진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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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하반기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작품들이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을 수 없는 가슴아픈 민족사이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에 담담하게 배웠던 기억을 영상과 책으로서 깊고 생동감있게 접하고나니 처연한 감정이 일어남과 동시에 대단한 위인이셨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설령 잘 몰랐다고 한들 대중성도 충분하니 책이나 영화를 한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목차

  1. 발췌
  2. 후기
하얼빈

1. 발췌

철도는 눈과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그 먼 끝에서 이토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반딧불처럼 깜박이는 작은 빛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두 박자로 쿵쾅거리는 열차의 리듬에 실려서 그것은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빌렘에게 영세를 받을 때 느꼈던 빛이 생각났다. 두 개의 빛이 동시에 떠올라서 안중근은 이토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눈을 감았다.
-본문 중에서 - < 하얼빈, 김훈 > 중에서

2. 후기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동명의 작품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마침 추천도서에 링크되어 읽어봤습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안중근의 이토 저격사건은 항일투쟁의 기념비적인 사건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 야욕을 만천하에 알리는 대사건 정도로 굵직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절단한 손가락 사진에서 느껴지는 굳은 의지가 전부였습니다. 그의 생애나 실행 과정은 알지 못했습니다.

역사적 사료에 근거하여 쓰여졌기에 새로 알게된 사실들이 많았고 기존에 알던 내용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보게되니 감정이 이입되어 처연해졌습니다. 특히 안중근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은 19살의 나이로 어른들을 지휘하며 동학군을 물리친 전과입니다. 그의 기질은 폭력적인 세계와 평행할 순 없었습니다.

소설은 이토의 행적과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동선, 안중근의 생애와 이토를 쫓아 하얼빈으로 향하는 동선이 만나기까지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후 이토의 피살과 안중근의 체포, 재판에서 사형까지 빠르게 집행됐기에 소설의 전개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사료에 근거해 소설로 구성된 대사들은 실제했던 인상이 들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안중근의 살해동기를 동양평화 사상에 대한 오해라는 연출극으로 꾸미려는 수사관과의 취조 대목은 청년 안중근의 쓸쓸한 고뇌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무직의 가난한 청년 안중근이 할 수 있던 선택지는 이토사살 밖엔 없었던 비극이 참으로 슬펐습니다. 도주할 계획조차 없이 하얼빈으로 달리는 긴 여정의 열차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체포되어 같은 길을 되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가 꿈꾸던 동양평화를 저승에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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